고양이를 키우면 정말 아무것도 안 바뀔까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원래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큰 변화는 없을 거라고 예상했거든요. 하지만 브리티시 숏헤어 라일락 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이한 지 몇 달이 지나자 생각보다 많은 일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외출할 때 먼저 떠오르는 생각, 옷장 속 검은색 옷의 비중, 심지어 휴대폰 갤러리까지 말이죠. 오늘은 고양이와 함께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바뀐 제 생활과 습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외출 전 체크리스트가 늘어난 이유
고양이와 함께 살기 전에는 생활 패턴이 단순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와 살게 되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생활 습관이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아, 내 일상이 고양이 중심으로 바뀌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는 외출 준비가 단순했습니다. 지갑, 휴대폰, 열쇠만 챙기면 끝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문을 나서기 전에 자연스럽게 확인하게 되는 것들이 생겼습니다.
물그릇에 물이 충분한지, 사료는 넉넉한지, 방충망은 제대로 닫혔는지 체크하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특히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점핑 운동을 하러 가는데, 한 번 나가면 보통 세 시간 정도 집을 비우게 됩니다. 화요일 바느질 모임도 마찬가지고요.
여기서 문득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이라는 개념이 떠오릅니다. 이는 반려동물이 보호자와 떨어졌을 때 느끼는 불안 증상을 의미하는데요. 고양이는 개보다 독립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집사 입장에서는 괜히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2023년 기준 약 552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5.7%에 달하며, 이 중 상당수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출처: 농림축산식품부).
제가 집에서 사부작대는 것을 좋아해서 외출을 잘하지 않는 집순이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보다 불필요한 외출을 더 줄이게 되었습니다. "지금 고양이가 집에 혼자 있는데 괜찮을까? 위험한 물건을 두고 나온 건 아니겠지? 밥은 주고 왔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거든요. 이런저런 걱정과 불안으로 특별한 약속이 아니면 굳이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났습니다.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현관앞에 앉아 있거나 문 앞에서 소리를 내면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실제로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 집에 돌아왔다는 느낌이 더 크게 들기도 합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가족 중에 누가 저를 이토록 애타게 기다리고 반겨줄까요?


검은색 옷에서 멀어진 현실적인 이유
저는 원래 검은색 옷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옷장 안에 있는 옷 대부분이 검은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죠. 그런데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가 키우는 고양이는 옅은 갈색의 털색깔을 가진 브리티시 숏헤어입니다. 브리티시 숏헤어는 촘촘한 더블 코트(Double Coat)를 가진 품종인데요. 더블 코트란 겉털과 속털이 이중으로 자라는 피모 구조를 말합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털 빠짐이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외출 전에 아무리 돌돌이로 털을 제거해도 금방 다시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검은색 옷에는 옅은 갈색 털이 정말 잘 보이더군요. 한두 개가 아니라 수십 개씩 붙어 있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옷을 고를 때 "이 옷은 털이 너무 잘 보이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옷 선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예전보다 밝은 색이나 베이지, 갈색 계열의 옷을 더 자주 입게 된 거죠. 요즘엔 옷장에 검정옷은 거의 없어지고 베이지로 가득합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드는 연간 비용은 평균 150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요(출처: 한국소비자원), 여기엔 사료, 간식, 장난감뿐만 아니라 이렇게 옷 선택까지 영향을 미치는 간접 비용도 포함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이런 변화도 자연스러운 생활 습관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바로 휴대폰 갤러리입니다. 저는 원래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도 매일 고양이 사진을 찍어서 가족 카톡방에 올리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하는 행동이 너무 예뻐서 다 저장해 두고 싶거든요. 지금 제 휴대폰 갤러리의 90퍼센트 이상이 고양이 사진입니다. 예전에는 음식 사진이나 풍경 사진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스크롤을 내려도 내려도 고양이 사진뿐입니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달라진 점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외출 전 물그릇, 사료, 방충망 체크가 습관화되었음
- 검은색 옷 대신 밝은 색 옷을 선택하게 됨
- 휴대폰 갤러리가 고양이 사진으로 가득 참
- 불필요한 외출을 줄이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남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은 거창한 변화보다는 일상 속 작은 습관이 조금씩 바뀌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을 하든지 고양이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그런 작은 선택들이 모여 집사로서의 새로운 일상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런 변화들이 불편하다기보다는 오히려 하루하루가 더 편안하고 즐겁게 느껴집니다. 여러분도 고양이를 키우고 계신다면 비슷한 경험을 하고 계실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