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거실 바닥에 물 같은 게 흥건합니다. 누니가 또 토했습니다. 고양이의 토사물을 발견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합니다.. 사료를 바꾸지도 않았고 어디 아픈 것 같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 자주 토하는 걸까요? 예방접종도 빠짐없이 맞히고 사료를 바꾼 것도 아닌데 왜 고양이는 자주 토하는 걸까요? 고양이는 구조적으로, 그리고 생존을 위해 토하도록 발달한 동물입니다. 오늘은 고양이의 독특한 신체 구조와 구토 색깔에 따라 알 수 있는 건강상태 확인 방법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고양이가 자주 토하는 이유, 식도 구조부터 다릅니다
고양이는 사람이나 강아지보다 훨씬 자주 토합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고양이의 입은 소화기관이 아닙니다. 사람은 입에서 음식을 씹으며 침과 섞어 1차 소화를 시작하지만, 고양이는 그냥 냅다 삼킵니다. 일단 위로 보내고 나서 소화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바로 토해버립니다. 소화기관(digestive organ)이란 음식물을 분해하고 흡수하는 기능을 하는 기관을 뜻합니다. 고양이의 입은 단지 음식을 위로 전달하는 통로일 뿐이죠.
둘째, 식도 구조가 다릅니다. 사람의 식도는 수직으로 서 있고 횡문근(striated muscle)으로 이루어져 있어 음식이 빠르게 위로 내려갑니다. 횡문근이란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근육으로, 수축력이 강합니다. 반면 고양이의 식도는 수평으로 위치하고, 후반부는 평활근(smooth muscle)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평활근은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움직이는 근육으로 수축력이 약합니다. 그래서 사료를 삼켜도 위까지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제가 누니를 관찰해 보니, 사료를 먹고 바로 토할 때는 알갱이가 그대로 살아있더라고요.(살아있네, 살아있어) 이건 사실 구토(vomiting)가 아니라 토출(regurgitation)입니다. 토출이란 위에 도달하기 전 식도에 머물던 음식이 역류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배를 격하게 꿀렁거리지 않고 기침하듯 컥컥거리며 토해냅니다.
셋째, 고양이는 위에 조금이라도 자극이 생기면 즉시 토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해 있습니다. 야생에서 상한 음식을 먹고도 살아남으려면 빠르게 토해내야 하니까요."집사야, 입맛에 맞지 않는다"라고 격하게 투정 부리는 것 같아요. 저는 이게 정말 신기했습니다. 사람은 손가락을 넣어 목젖을 자극해야 겨우 토하는데, 고양이는 그냥 '토해야겠다' 생각만 해도 토합니다. 토할 때 괴로운 다 아시죠? 이럴 때는 고양이가 참 부럽네요. 조물주가 정말 정성 들여 만든 동물 같습니다. 2023년 한국고양이수의사회 자료에 따르면, 고양이의 구토 반사는 위 점막의 미세한 자극에도 즉각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합니다(출처: 한국고양이수의사회).
헤어볼과 공복 구토, 색깔로 알 수 있습니다
고양이 구토는 색깔과 형태로 원인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먼저 투명하거나 거품 같은 토는 급하게 마신 물이나 식도에 고인 침이 역류한 겁니다. 약간 끈적이면 위액이 조금 섞인 것이고, 한두 번 정도는 크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저도 처음엔 이것만 봐도 가슴이 철렁했는데, 지금은 "괜찮아, 누니" 하며 쓰다듬어 줍니다.
가장 흔한 건 노란색 투명 구토입니다. 이걸 공복 구토(bilious vomiting)라고 합니다. 여기서 공복 구토란 위에 음식이 없는 상태에서 위산과 담즙이 역류하며 나오는 구토를 뜻합니다. 주로 아침이나 새벽에 발생하는데, 이런 경우 자기 전에 간식을 조금 주면 도움이 됩니다. 저도 누니가 새벽에 자주 토해서 밤에 사료를 한 줌 더 놓고 자는데, 확실히 빈도가 줄었습니다. 오래 방치하면 만성 위염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 너무 잦다면 병원에 가보는 게 좋습니다.
녹색 구토는 담즙(bile)이 섞인 소장 내용물이 역류한 것으로, 심한 구토에 해당합니다. 담즙이란 간에서 분비되어 지방 소화를 돕는 소화액으로, 정상적으로는 위로 역류하지 않습니다. 붉은색이나 검은색, 짙은 갈색 토는 출혈을 의미하므로 단 1회라도 즉시 병원에 가야 합니다. 소화되지 않은 사료 알갱이가 그대로 나온다면 식도 역류이니, 슬로 식기로 바꾸거나 식기를 높여주세요.
마지막으로 헤어볼(hairball) 토가 있습니다. 고양이는 그루밍(grooming)하며 털을 삼키는데, 이 털이 위에 쌓이면 주기적으로 토해냅니다. 여기서 그루밍이란 고양이가 혀로 온몸을 핥아 털을 정리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헤어볼은 길쭉한 털 덩어리 형태로 나오며, 이건 정상적인 생리 현상입니다. 한국반려동물영양학회 연구에 따르면 장모종 고양이는 주 1~2회 헤어볼을 토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출처: 한국반려동물영양학회). 누니도 헤어볼 토하는 것을 몇 번 경험했어요.

병원에 가야 할 때와 집에서 지켜봐도 될 때
구토 후 식욕이 정상이고 활력이 있다면 집에서 조금 더 지켜봐도 됩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토하고, 토한 후에도 밥을 잘 먹는다면 사료를 바꿔보고 경과를 지켜보세요. 저는 누니가 토했을 때 큰 소리로 놀라거나 호들갑 떨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당황하면 누니도 더 놀라는 것 같더라고요. 처음엔 가슴이 콩닥거리고 불안했지만, 지금은 태연하게 뒤처리하고 쓰다듬어 줍니다.
하지만 다음 상황에선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합니다.
- 하루에 3회 이상 구토
- 3일 연속 구토
- 구토 후 24시간 이상 식욕 없음
- 구토 후 힘없이 축 늘어짐
- 붉은색, 갈색, 녹색 구토
- 이물질을 먹고 토한 경우
- 구토 후 발열 증상
특히 출혈성 구토나 녹색 구토는 단 1회라도 즉시 내원해야 합니다. 상황이 애매하면 병원에 전화해서 주치의 선생님께 물어보는 게 가장 안전합니다. 저도 누니가 처음 토했을 때 놀라서 바로 병원에 전화했더니, 증상을 듣고 "괜찮습니다. 하루 지켜보고 계속되면 오세요"라고 안내받았습니다. 그 한마디가 얼마나 마음을 놓아줬는지 모릅니다. 그 후로도 누니는 맑은 물같이 토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료가 섞인 듯한 토사물을 내뱉기도 했어요. 한 번이 무섭지 그다음부터는 "또 토했구나. 누니 괜찮아?" 하면서 토사물을 닦고 쓰다듬어 줍니다.
토했을 때 집사가 큰 소리로 놀라면 고양이가 더 놀라는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엔 놀라서 큰 소리로 어떡하냐며 호들갑을 떨었는데 지나고 보니 아무 일 없이 뒤처리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물론 가슴은 콩닥거리고 아픈 건 아닌가 불안하기도 하지만 평소처럼 태연하게 행동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당황하지 않으려면 평소에 돌발상황 대처법을 알아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놓았던 공부 같이 시작해 보아요^^
고양이 구토는 대부분 생리적 현상이지만, 무조건 방치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빈도와 색깔, 토한 후 상태를 잘 관찰하고 평소에 돌발 상황 대처법을 알아두면 당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정말 놀랐지만, 지금은 "이것도 고양이 집사의 경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력은 회사 이력서에 반영 안 해주려나요?ㅎㅎ 농담이지만,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며 많은 걸 배웁니다. 놓았던 공부 같이 시작해 보아요^^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사랑스러운 동물, 그게 고양이입니다. 내 눈엔 너 밖에 안 보여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