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위험한 식물은 알려진 것만 700종이 넘습니다. 저도 식물 200개 이상을 키우던 열성 식집사였는데, 고양이를 입양한 후 어느 날 토하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그때부터 집안 식물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거의 다 내보냈습니다. 일반적으로 실내 공기 정화나 인테리어 목적으로 키우는 식물들이 고양이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백합과 식물의 치명적 독성
백합과 식물은 고양이에게 최악의 맹독성 식물로 분류됩니다. 꽃잎, 줄기, 꽃가루, 심지어 꽃을 담았던 화병의 물까지 위험합니다. 여기서 백합과(Liliaceae)란 백합, 튤립, 히아신스, 은방울꽃 등을 포함하는 식물 분류군으로, 이들 모두 고양이 신장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고양이가 백합을 소량이라도 섭취하면 24시간 사이에 급성 신부전(acute renal failure)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급성 신부전이란 신장 기능이 갑자기 멈추면서 체내 노폐물을 걸러내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하며,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습니다. 동물병원에서는 고양이가 이유 없이 토하며 입 주변에 노란 꽃가루가 묻어 있으면 백합 중독을 의심하라고 합니다.(출처: 농림축산검역본부).
튤립 역시 백합과 식물로 특히 알뿌리(bulb) 부분에 독성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고양이가 튤립 알뿌리를 섭취하면 피부 염증과 함께 심한 위장 장애를 일으키고,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저는 예전에 봄에 튤립 화분을 선물 받은 적이 있는데, 색깔이 쨍해서 사진 찍기 좋아 거실에 두었다가 고양이가 관심을 보이는 모습에 깜짝 놀라 바로 베란다 밖으로 내보낸 적이 있습니다.
은방울꽃 또한 백합과에 속하며 구토, 설사, 복통을 유발하고 심부전(heart failure)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심부전이란 심장이 온몸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로, 고양이의 경우 호흡곤란과 함께 급격히 악화될 수 있습니다.
꽃다발을 선물 받을 때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어버이날 카네이션도 고양이에게 소화기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니, 차라리 조화로 선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백합과 식물이 포함된 꽃다발은 아무리 예쁘더라도 집 안에 들여놓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실내 공기정화 식물의 함정
실내에서 흔히 키우는 공기정화 식물 중 상당수가 고양이에게 위험합니다. 대표적으로 포토스(Pothos), 산세베리아(Sansevieria), 고무나무가 있습니다.
포토스는 넓은 잎을 가진 덩굴성 식물로 실내 인테리어용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고양이가 포토스 잎을 씹으면 입 안이 심하게 붓고 침을 계속 흘리며, 피부에 물집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포토스를 키웠는데, 잎이 넓고 팔랑거려서 고양이가 장난치기 딱 좋은 구조더라고요. 어느 날 고양이가 포토스 잎을 건드리는 모습을 보고 즉시 치웠습니다.
산세베리아에는 사포닌(saponin)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사포닌이란 식물이 외부 침입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화합물로, 소량일 때는 인간에게 면역력 향상 등 긍정적 효과를 주지만, 고양이에게는 소량도 독으로 작용합니다. 산세베리아는 뾰족한 잎 모양 때문에 고양이가 씹어먹기 좋은 형태라 더욱 위험합니다.
알로에 역시 백합과 식물로 알로인(aloin) 성분이 고양이의 체온을 떨어뜨리고 심한 설사를 유발합니다. 사람에게는 쾌변과 피부 진정 효과로 알려져 있지만, 고양이에게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옵니다. 일반적으로 알로에가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에서는 절대 키워서는 안 되는 식물입니다.
유칼립투스와 고무나무도 심각한 위장관 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개업 선물로 이런 식물들을 자주 주고받는데, 고양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정중히 거절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출처: 한국동물병원협회).
주의해야 할 실내 식물 목록:
- 포토스: 입 주변 부종, 과다 침 분비
- 산세베리아: 사포닌 성분으로 인한 소화기 장애
- 알로에: 알로인 성분으로 체온 저하 및 설사
- 고무나무, 유칼립투스: 위장관 증상 유발
정원과 야외 식물의 위험성
야외나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 중에도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것들이 많습니다. 피마자(Ricinus communis)는 그중 최악입니다. 피마자 열매 하나만 먹어도 고양이가 즉사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피마자 열매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로 만든 유박비료도 위험합니다. 화분에 유박비료를 사용했다가 고양이가 호기심에 핥거나 먹으면 심각한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소철(Cycas revoluta)은 사이카신(cycasin)이라는 독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사이카신이란 간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독소로, 소량만 섭취해도 급성 간중독(acute hepatotoxicity)을 유발합니다. 급성 간중독이란 간 기능이 급격히 손상되어 황달, 복수, 의식 저하 등이 나타나는 상태입니다. 소철은 가늘고 뾰족한 잎 모양이 캣그라스와 비슷해 보여 고양이가 씹으려 할 수 있어 더욱 위험합니다.
남천나무 열매에는 시안화물(cyanide) 계열의 독성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고양이가 남천 열매를 먹으면 호흡곤란, 경련, 운동장애가 나타나며 심하면 호흡부전으로 사망할 수 있습니다. 공원 조경용으로 자주 심는 식물이라 산책 중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봄철 진달래와 철쭉에는 그레이아노톡신(grayanotoxin)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그레이아노톡신이란 신경계와 심혈관계에 직접 작용하는 독소로, 섭취 시 구토, 설사, 저혈압, 부정맥 등을 유발합니다. 저는 봄에 진달래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가 고양이가 따라나서려는 것을 막은 적이 있습니다. 밖에서 사진으로만 감상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아이비(Ivy)는 잎, 줄기, 씨앗 모든 부분이 고양이에게 위험합니다. 씹으면 입안에 심한 염증이 생기고 구토와 설사를 동반합니다. 베란다 장식용으로 늘어뜨려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고양이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완전히 차단해야 합니다.
길고양이들은 오랜 야생 생활로 독성 식물을 본능적으로 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내 고양이는 자연과 접촉할 기회가 없어 호기심으로 모든 풀을 씹어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 고양이도 평소에는 얌전하지만, 외출 후 돌아오니 워터코인을 뿌리째 뽑아놓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안 그래"라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고양이를 정기 건강검진에 데려갔을 때 이유 없이 간수치가 높게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의사들은 이럴 때 첫 번째로 "집에 식물을 키우시나요?"라고 묻습니다. 고양이가 몰래 씹어먹은 식물 때문에 지속적으로 간 독성이 누적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기 때문입니다. 식물과 고양이의 접근 경로만 차단해도 간수치가 바로 개선되는 사례가 꽤 있습니다.
저는 제라늄을 정말 좋아하는데, 고양이에게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구입을 여러 번 참았습니다. 그렇게 몇 번 참다 보니 이제는 식물에 대한 열정이 많이 식었고, 대신 고양이에게 사랑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지금은 고양이에게 안전한 고사리 종류 몇 개만 키우고 있는데, 고양이에게 신경 쓰다 보면 식물 관리까지 신경 쓰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하나만 잘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봄이 되면 다시 식물에 대한 열정이 스멀스멀 올라오지만, 있는 것이나 잘 키우자는 마음으로 참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식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당연히 고양이를 선택합니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속담처럼, 평소 조용한 고양이일수록 주인 몰래 식물을 건드릴 가능성이 높으니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sHpaJ1-yrI
https://www.youtube.com/watch?v=iE_SVAFu_Q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