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4개월 고양이를 집에 데려온 날, 솔직히 설렘보다 걱정이 앞섰습니다. 저는 고양이를 무서워했는데요. 딸이 인스타에서 매일 고양이 영상을 보고 키우고 싶다고 해서 대학 합격 선물로 고양이를 키우기로 결심했어요. 마침 근처에 고양이, 분양 카페가 개업했다고 해서 딸이 선택한 브리티시숏헤어 라일락 고양이를 데려왔습니다. 라일락은 털색깔이에요. 한눈 내리는 저녁,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작은 소리로 울던 아깽이가 제 팔에서 꾹꾹이를 하며 잠들던 순간이 떠오르네요. 생후 4개월 고양이를 처음 데려오게 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생후 4개월 고양이, 이렇게 만났습니다.
생후 4개월은 고양이의 사회화 시기(Socialization Period)가 거의 끝나가는 단계입니다. 여기서 사회화 시기란 생후 2주부터 7주 정도까지 새로운 환경과 사람에게 적응하는 능력이 가장 활발하게 발달하는 시기를 말합니다. 4개월 된 고양이는 이미 어느 정도 성격이 형성된 상태라서 첫날 특히 중요합니다.
저희 누니는 분양 카페에서 한 번 파양 된 경험이 있는 아이였습니다. 아이한테 문제가 있어서 파양 된 게 아니라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키우지 못하게 되어 일주일 만에 다시 데리고 오셨다고 합니다. 누니는 브리티시숏헤어인데 장화 신은 고양이의 모티브가 된 고양이라고 해요. 게다가 털색깔은 흔치 않은 라일락이라고 귀한 종이라고 하셨어요. 브리티시숏헤어는 성격이 순한 개냥이 과라서 지내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알려주셨어요. 사장님 말로는 원래 분양가 110만 원이었는데, 4개월쯤 되면 아깽이보다는 덩치가 크니까 사람들이 잘 안 찾아서 일주일 전에 55만 원으로 낮췄다고 하더군요. 딸한테 깜짝 선물을 주려고 바로 안 데리고 오고 저녁에 남편과 함께 분양카페를 다시 갔습니다. 분양카페에서 집까지 10분 정도 걸리는데요. 집으로 오는 동안 케이지 안에서 몸을 최대한 웅크린 채 작게 소리 내는 아기 고양이를 보고 이 아이에게 오히려 새로운 집은 스트레스가 아닐까, 잘못된 선택은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계속 괜찮아 괜찮아하면서 고양이를 안심시켰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사실은 제가 더 긴장했던 것 같아요.
집으로 데리고 오는 짧은 시간에 눈이 내렸는데 남편이 문득 "고양이 이름, 누니 어때?" 하더라구요.가족 카톡방에 의견을 물었더니 다들 좋다고 해서 우리 집 고양이는 누니가 되었습니다.

집에 와서 낯선 환경에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서 케이지에서 바로 꺼내지는 않았습니다. 혼자 나올 수 있도록 지퍼만 열어두었어요. 케이지 안에만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호기심 많고 용감한 고양이었나 봅니다. 집에 도착한 지 한 30분 남짓 되었을까, 아기 고양이는 케이지에서 나와 조심스럽게 집 안 곳곳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화장실 앞 발매트에 웅크리고 앉아 잠이 들었습니다. 고양이 행동학에서는 이런 행동을 '안전지대 탐색(Safe Zone Exploration)'이라고 부릅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이 숨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먼저 확보하는 본능적 행동입니다.
저는 고양이가 깰까봐 텔레비전 소리를 줄이고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분양 카페 사장님이 "오늘은 낯선 곳에 갔으니 긴장할 거라며 예뻐도 고양이가 스스로 다가올 때까지 만지지 마세요"라고 신신당부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고양이는 새로운 환경에 민감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억지로 안지 말고 자연스럽게 적응하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저녁에 고양이가 잠자고 일어나서 사료를 먹는 걸 확인하고 나서 조금 안심이 되었습니다. 반려동물의 첫날 식사는 스트레스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라고 합니다(출처: 한국고양이수의사회).
초보 집사가 놓친 발톱 관리, 꾹꾹이의 기회를 잃다
문제는 첫날 밤에 시작됐습니다. 잠들려고 누웠는데 누니가 야옹야옹 울기 시작했습니다. 심하게 울지는 않았지만, 작은 울음소리를 내면서 제 팔에 꾹꾹이를 하더군요. 꾹꾹이(Kneading)란 고양이가 앞발로 꾹꾹 누르는 것으로, 새끼 때 어미젖을 먹으며 하던 행동입니다. 대게는 편안함을 느낄 때 꾹꾹이를 하는데 불안할 때 진정시키려고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긴 옷을 입었는데도 누니의 발톱이 살을 파고들어 너무 아팠습니다. 그래서 이불 밖으로 꺼내 꼭 안아주었고, 한참 후에야 누니가 잠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처음 누니에게 빠져버린 순간 같습니다.
하지만 이후로 아쉬운 점이 생겼습니다. 분양 카페에서 누니의 발톱을 잘라주지 않았던 겁니다. 사장님이 "한 달 동안 아무것도 하지 말라"라고 해서 다칠까 봐 겁나서 발톱을 자르지 못했습니다. 꾹꾹이를 못하게 하니까 누니는 금방 꾹꾹이를 멈추더군요.
실제로 동물행동학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는 생후 2~4개월 사이 형성된 행동 패턴이 성묘가 된 후에도 지속되는 경향이 강합니다(출처: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만약 분양 카페에서 발톱을 미리 정리해줬더라면, 누니는 더 자주 꾹꾹이를 하며 안정감을 느꼈을 겁니다.

제가 겪어보니 초보 고양이 집사분들께 알려주고 싶은 내용이 있습니다.
- 분양 전 발톱 정리를 요청하세요. 대부분의 분양 카페는 기본 예방접종은 해주지만 발톱 관리는 빠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 발톱 정리가 안 됐다면, 집에 온 후 3~4일 정도 적응 시간을 준 뒤 천천히 발톱을 다듬어 주세요.
- 발톱깎이는 고양이 전용 제품을 사용하고, 분홍색 부분(혈관이 있는 부분)은 절대 자르지 마세요.
- 발톱 깎는 순서( 쓰다듬으며 긴장을 풀어줍니다. 그다음 발바닥을 살짝 눌러 발톱을 나오게 하고 투명한 끝부분만 잘라주세요. 마지막으로 간식으로 보상해 주세요)

지금 우리 누니는 6개월이 지난 지금도 꾹꾹이를 잘하지 않습니다. 첫날밤의 경험이 누니에게 "꾹꾹이를 하면 집사가 아야야 해 "라는 기억이 뚜렷하게 자리 잡은 건 아닐까, 생각하면 지금도 아쉽습니다. 사장님이 원망스럽네요."사장님 , 미워요 힝"
중학생 시절에 검은 고양이 추리소설을 읽고 고양이를 무서워했던 제가 지금은 매일 밤 누니의 유튜브 영상을 보며 잠드는 집사가 됐습니다. 딸의 대학 합격 선물로 시작된 고양이 키우기는 이제 우리 가족의 가장 행복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생후 4개월 고양이와 만난 첫날은 '잘해주기'보다 '고양이가 스스로 할 때까지 놔두면서 관찰하기'가 좋습니다. 그리고 발톱 관리처럼 작은 부분도 놓치지 마세요.. 초보 집사분들은 저처럼 후회하지 마시고 분양 전에 꼭 발톱이 다듬어져 있는지 확인하셔서 고양이가 편안하게 꾹꾹이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