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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지원사 6년의 기록

생활지원사 6년 차가 쓰던 업무 밖 부탁 거절하는 말 7가지

by 나는 토끼 2026.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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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지원사로 일하면서 업무 매뉴얼대로 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사무실에서 서류 처리나 보고를 하는 일이 아니라 어르신들을 직접 만나는 대인 업무다 보니, 매뉴얼만으로는 정할 수 없는 순간이 많았어요. 제가 특별히 정에 이끌리는 성격도 아니고 매뉴얼대로 하자는 주의인데, 자주 뵙는 어르신들의 부탁은 소소한 경우가 많아서 거절하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한 번 해 드리면 다음번에도 해 달라고 계속 부탁하시더라고요. 같은 동네 다른 어르신 귀에 들어가면 "저 집은 해 주는데 왜 우리는 안 해 줘" 하는 서운한 말이 나오기도 하고요. 그래서 6년 동안 현장에서 써 보고 괜찮았던 거절의 말을 상황별로 정리해 봤습니다.

참고로 생활지원사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은 기관과 지역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어요. 아래 내용은 제가 일하던 곳 기준이니, 소속 기관 담당 선생님 안내를 먼저 따라 주세요.

 

어르신의 무리한 부탁에 난감해하는 생활지원사
어르신의 무리한 부탁에 난감해하는 생활지원사

거절하기 전에 말씀드린 세 가지

아래 세 가지를 지켜서 말씀드리면 어르신들도 이해해 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계가 나빠질까 봐 거절을 못 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 들어 드리다 보면 선생님들이 먼저 소진됩니다.

  • 이유는 짧게 말합니다. 길게 설명할수록 변명처럼 들립니다.
  • 대신해 드릴 수 있는 것 하나를 꼭 붙입니다.
  • 기관 규정을 이유로 댑니다. "제가 싫어서"가 아니라 "정해져 있어서"라고 하면 어르신 마음도 덜 다치고 대부분 이해하십니다.

사실 거절이 수월한지는 평소 관계에서 거의 정해지는 것 같아요. 첫 방문 때 신뢰를 쌓아 두는 이야기는 어르신 첫 방문 때 라포 쌓는 법에 따로 적어 두었답니다.

거절하기 전에 이것만은 기억하세요
거절하기 전에 이렇게 말씀하세요

1. 통장, 카드, 비밀번호를 맡기실 때

"어르신, 돈 심부름은 제가 하면 안 되게 되어 있어요. 나중에 계산이 조금만 틀려도 어르신도 저도 곤란해져요. 다음에 은행 가실 때 챙기실 것만 같이 적어 둘게요."

돈은 처음부터 단호하게 하는 게 맞습니다. 실제로 이런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선생님들이 많아요. "우리 사이에 어때? 그리고 선생님이 내 보호자잖아" 하시며 집 비밀번호를 알려 주시려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땐 웃으면서 손을 젓고 "저한테는 말씀하지 마세요. 업무 방침입니다" 하고 바로 막는 게 서로를 지키는 길이에요.

2. 대청소처럼 크고 많은 집안일

"이걸 제가 혼자 하면 오늘 다른 어르신과 한 약속을 못 지켜요. 대신 오늘은 이 서랍 하나만 같이 정리하면 어떨까요?"

전부 못 해 드린다고 하기보다 작게 쪼개서 함께하자고 하면 어르신도 덜 서운해하시더라고요. 같이 하다 보면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오고요.

3. 용돈이나 선물을 주실 때

"마음만 받을게요. 이거 받으면 저 복지관에서 혼나요."

이 말이 제일 많이 쓴 말이었던 것 같네요. 특히 용돈이나 값나가는 선물은 무조건 이렇게 말씀드렸어요. 음료 한 잔 정도를 어떻게 할지는 기관마다 기준이 다르니 미리 물어 두면 좋아요.

 

사실 두유 같은 음료를 주실 때가 많은데, 이건 단호하게 거절하기가 어렵습니다. 너무 딱 자르면 어르신들이 서운해하시거든요. 이 문제를 월례회의 때 이야기했더니 음료 정도는 받아도 된다고 정해졌어요.

4. 약을 바꿔 달라, 남은 약 먹어도 되냐고 하실 때

"약은 제가 판단하면 안 돼요. 다음 병원 가실 때 여쭤보시게 여기 적어 둘게요."

달력이나 수첩에 큼직하게 적어 드리면 안심하세요. 몸 상태가 평소와 많이 다르다 싶으면 혼자 판단하지 말고 바로 담당 선생님께 보고하는 게 맞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먹는 약이라도 선생님이 괜찮다고 말씀드리면 안 돼요. 건강과 바로 이어지는 문제이니 꼭 주의하세요.

5. 퇴근 후나 주말에 개인 전화가 올 때

"저녁엔 제가 바로 못 받을 수도 있어요. 많이 편찮으시면 119에 먼저 전화하시고, 아니면 다음 날 아침에 제가 먼저 연락드릴게요."

정해진 시간 밖에 매번 받다 보면 결국 지쳐서 오래 일하기 어렵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참 어려워요. 제가 일하던 곳은 개인 번호를 안 알려 드릴 수 없는 구조였거든요. 근무 시간 밖의 일까지 선생님이 다 책임질 수는 없지만, 그동안 함께해 온 시간이 있으니 안 받기도 참 곤란하죠. 그런데 한 번 받으니까 계속 전화하시더군요.

 

제가 담당한 어르신 중에 가끔 술을 과하게 드시는 분이 계셨는데, 그럴 때마다 저에게 전화해서 하소연을 하셨어요. 주말에 전화가 오니 혹시 갑작스러운 일이 생긴 건 아닌가 걱정돼서 받게 되는데, 매번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그 뒤로는 걱정이 돼도 주말 전화는 받지 않았어요. 대신 근무일이 되면 그 어르신께 가장 먼저 연락을 드렸습니다.

6. 가족 일에 편을 들어 달라고 하실 때

"제가 끼면 오히려 어르신 편을 못 들어 드려요. 대신 속상한 얘기는 다 들어 드릴게요."

자녀분과의 갈등을 들어 드리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제가 직접 연락해서 중간 역할을 하는 건 피했어요. 그리고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판단하는 말은 하지 마세요. 어르신도 속상해서 하시는 말씀이지, 다른 사람이 자식 흉보는 건 싫어하십니다. 상황 개입이 꼭 필요한 일이라면 기관을 통해 연락이 가도록 하는 게 안전합니다.

7. 이웃 어르신도 챙겨 달라고 하실 때

"그 어르신도 서비스받으실 수 있는지 복지관에 여쭤볼게요."

마음대로 들르기보다 기관에 알려서 정식으로 연결되게 하는 게 그 어르신께도 좋아요. 먼저 기관에 알리고, 방문이 정해지면 소개해 주신 어르신께 그분이 언제 편하신지 여쭤봐 달라고 하세요. 그리고 처음엔 같이 방문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낯선 사람이 와도 안심하고 마음을 열어 주십니다.

(이미지: 상황별로 정리한 거절하기 요령)

상황별로 거절하는 말 정리
상황별로 거절하는 말 정리

초보 때 제가 했던 실수

  • "이번 한 번만요" 하고 들어 드린 일이 다음 주부터 당연한 일이 되었어요.
  • 거절하고 바로 일어나면 어르신이 많이 서운해하세요. 몇 분이라도 더 앉아 이야기를 들어 드리는 게 좋더라고요.
  • 애매한 부탁을 혼자 끌어안았던 것도 실수였어요. 판단이 안 설 땐 담당 선생님께 묻는 게 맞습니다. 보고해 두면 기관이 같이 책임을 져 주니까요.

거절해도 관계는 남더라고요

처음엔 거절하고 나오는 날이면 발걸음이 무거웠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단호하게 말씀드린 어르신일수록 저를 더 믿어 주셨던 것 같아요. 어르신은 오히려 "선생님은 해야 할 일은 똑 부러지게 잘해. 그렇게 하는 게 맞아. 다 들어주면 끝이 없어" 하고 말씀해 주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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