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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 건강과 인생 2막

6년차 생활지원사 겪은, 방문을 거부하던 90대 어르신 마음 연 3가지 방법

by 나는 토끼 2026.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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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을 거부하던 어르신 마음 여는 법
방문을 거부하던 어르신 마음 여는 법

 

생활지원사로 일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만나게 되는 어르신이 있어요. 전화는 받아 주시는데 방문은 한사코 마다하시는 분이요. 처음엔 제가 뭘 잘못했나 싶어 속도 많이 상했답니다.

지난 글에서 어르신 댁 첫 방문 때 라포 쌓는 법을 이야기했는데요, 오늘은 그 첫 방문조차 쉽지 않았던 어르신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요. 저처럼 방문을 거부하시는 어르신 때문에 고민하는 선생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잘 지내니까 올 필요 없어"

아흔이 넘은 어르신이셨어요. 연세 지긋한 분들이 많이 사시는 아파트에 사셨는데, 이웃 어르신들과는 거의 어울리지 않으셨어요. 딱 한 분하고만 가깝게 지내시더라고요.

전화는 잘 받아 주셨어요. 그런데 찾아뵙겠다고 하면 매번 "나 잘 지내고 있으니까 방문은 필요 없어" 하셨어요. 기분 좋으신 날엔 "나 같은 노인네 챙겨줘서 고마워요" 하시다가도, 몸이 안 좋거나 마음이 울적한 날엔 "다리 아파 죽겠는데 전화 받으러 오기 힘들어" 하시며 짜증을 내셨어요. 휴대폰 없이 집 전화만 쓰셨거든요. 아픈 다리로 전화기까지 걸어오셔야 하니 그럴 만도 하셨겠다 싶었어요.

그래도 전화를 끊지 않고 받아 주신다는 게 어디예요. 저는 그걸 희망으로 삼았답니다.

1. 친하게 지내시는 어르신께 도움을 청했어요

제 말은 안 들으셔도 친한 분 말씀은 잘 들으시는 게 어르신들이더라고요. 그래서 그 어르신과 가깝게 지내시는 이웃 어르신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같이 가 주실 수 있는지 여쭤봤어요. 흔쾌히 도와주시겠다고 하셨죠.

함께 댁에 찾아갔더니, 어르신이 먼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내가 몸이 아파서 선생님한테 본의 아니게 짜증을 부렸다면 미안해요."

그 한마디에 그동안 서운했던 마음이 싹 녹았어요. 같이 가 주신 어르신도 거들어 주셨어요. "선생님이 형님 걱정을 얼마나 하는데. 요즘 자식들보다 더 낫지 않아요? 잘 지내 봐요." 그날 이후로 방문을 마다하지 않으셨답니다.

방문 거부 어르신 마음 여는 3가지 방법
방문 거부 어르신 마음 여는 3가지 방법

2. 좋아하시는 걸 들고 갔어요

그날 빈손으로 가지 않았어요. 평소 통화하면서 어르신이 좋아하신다던 과일을 사 들고 갔지요. 비싼 게 아니어도 괜찮아요. "내가 이거 좋아한다고 한 걸 기억했네" 하시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그 뒤로도 필요한 후원품이 들어오면 챙겨다 드리고, 가끔은 좋아하시는 과자나 반찬거리를 들고 갔어요. 후원품은 기관마다 받는 방식이나 나누는 기준이 다르니 소속 기관에 먼저 확인하세요.

3. 짜증을 거절로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짜증 섞인 목소리를 들으면 초보 때는 '나를 싫어하시나' 하고 위축되기 쉬워요.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돌아보면 어르신의 짜증은 저를 향한 게 아니라 아픈 다리, 혼자 지내시는 외로움에서 나온 거였어요.

그래서 짜증을 내시는 날엔 길게 말씀드리지 않고 "오늘 많이 불편하시구나, 얼른 쉬세요" 하고 짧게 끊었어요. 좋으신 날엔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요. 집 전화만 쓰시는 어르신이라면 신호가 가도 한참을 기다려 드리는 게 좋아요. 전화기까지 오시는 데 시간이 걸리시니까요.

방문을 거부하시는 어르신이 계신다면

  • 전화를 받아 주신다면 아직 문이 닫힌 게 아니에요. 통화부터 꾸준히 이어가세요.
  • 가깝게 지내시는 이웃이나 지인이 있는지 살펴보세요. 그분이 다리를 놓아 주실 수 있어요.
  • 통화하면서 좋아하시는 것을 기억해 두세요. 첫 방문 때 좋은 이야깃거리가 됩니다.
  • 짜증은 거절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힘드시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 방문 거부가 오래 이어지면 혼자 끌어안지 말고 기관 담당자와 꼭 상의하세요.

방문 거부 어르신 대처 체크리스트
방문 거부 어르신 대처 체크리스트

 

그 어르신은 그 뒤로 제가 갈 때마다 "아이고, 이렇게 더운데 높은 곳까지 힘들게 왔어요? 들어와서 선풍기 바람 좀 쐐요. 얼른 들어와 얼른" 하며 반겨주셨어요. 전화로 짜증 내시던 목소리가 떠오르면 지금도 웃음이 나요. 그때 포기하지 않길 참 잘했다 싶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생활지원사의 하루 일과를 방문부터 일지 작성까지 순서대로 정리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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