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지원사로 일하다 보면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으시는 어르신을 자주 만나요. 몸이 불편해서이기도 하고, 마음이 지쳐서이기도 하지요. 오늘은 "다 귀찮다"라고 하시던 어르신이 일주일에 두 번 복지관에 나가시게 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요.
"다 귀찮아요" 하시던 어르신
제가 담당했던 한 어르신은 이른 나이에 배우자를 떠나보내셨어요. 그 뒤로 오랫동안 마음이 많이 힘드셨고, 건강도 좋지 않아 병원을 자주 다니셨어요. 이야기를 들을수록 제가 어르신 입장이었어도 몸도 마음도 참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르신 댁 바로 앞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모이시는 공원이 있었어요. 몇 걸음만 나가면 이야기 나눌 분들이 계셨지만, 어르신은 다른 분들과 어울리지 않으셨어요. 여쭤보면 늘 모든 게 다 귀찮다고 하셨지요. 목소리에는 힘이 없고, 한숨을 자주 쉬셨어요.

실마리는 살아온 이야기 속에 있었어요
방문할 때마다 어르신이 살아오신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러다 남편분과의 추억을 이야기하시던 날, 어르신이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셨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집에서도 음악을 틀어 놓고 두 분이 춤을 자주 추셨대요.
그 이야기를 듣고 조심스럽게 여쭤봤어요.
"어르신, 우리 복지관에 댄스도 가르쳐 드리고 노래교실도 있어요. 저하고 한번 구경 가실래요?"
어르신은 조금 망설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음, 선생님하고 같이 가면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한번 가 볼까요?"
노래교실 체험하던 날
바로 다음 날, 복지관 프로그램 안내지를 들고 다시 찾아갔어요. 어르신은 안내지를 꼼꼼히 살펴보시더니 병원 가는 날과 겹치지 않는 프로그램을 골라 보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노래교실이 있는 요일에 함께 복지관에 가서 체험을 했어요.
다른 분들과 어울린 지 오래되셔서 낯설어하실까 봐, 저는 뒤에서 같이 참여했어요. 수업이 끝나자 어르신은 너무 재미있었다고, 강사님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배꼽 빠지게 웃었다고 하셨어요. 목소리가 커지고 힘이 생기신 게 바로 느껴졌어요.
노래교실과 실버체조, 일주일에 두 번
그 뒤로 어르신은 안내지에 줄을 쳐 가며 이것저것 더 해 보고 싶어 하셨어요. 그런데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셔야 해서, 하고 싶은 프로그램과 시간이 겹치는 게 많았어요. 무척 안타까워하셨지요. 결국 노래교실과 실버체조, 두 가지를 신청하셨어요.
체조를 하고 오시면 온몸이 시원하다고 하셨어요. 그 뒤로는 복지관에서 여는 단기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답니다. 늘 힘없던 목소리와 잦던 한숨이 줄고, 표정이 밝아지고 웃는 날이 많아졌어요.
어르신께 복지관 프로그램을 권할 때 제가 한 5가지

1. 살아온 이야기에서 좋아하시던 것 찾기
프로그램 목록부터 내밀면 "다 귀찮다"는 대답이 먼저 나와요. 어르신이 예전에 좋아하셨던 걸 알고 나서 권하면 대답이 달라지더라고요. 이야기를 편하게 들으려면 먼저 마음을 여는 시간이 필요해요. 어르신 첫 방문 때 라포 쌓는 법 5가지도 함께 읽어 보세요.
2. "신청하세요" 대신 "같이 구경 가실래요?"
등록이 아니라 구경이라고 하면 부담이 훨씬 줄어요. 어르신도 "선생님하고 같이 가면"이라고 하셨잖아요. 처음에는 어르신과 같이 참여하는 게 좋습니다.
3. 안내지는 직접 들고 가고, 병원 일정부터 확인하기
마음이 움직였을 때 바로 이어 가는 게 중요해요. 저는 다음 방문 때 안내지를 들고 갔어요.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시는 어르신이라면 병원 가는 날과 겹치지 않는 프로그램부터 고르시는 게 좋아요.
4. 첫날은 뒤에서 함께하기
낯선 자리에 아는 얼굴이 하나 있으면 어르신이 훨씬 안심하세요. 다만 외출 동행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는 기관마다 달라서, 전담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먼저 상의해 주세요.
5. 할 수 있는 만큼만 고르기
하고 싶은 게 많아도 병원 일정과 체력에 맞는 것만 골라도 충분해요. 어르신도 두 가지로 시작하셨고, 그 두 가지가 단기 프로그램 참여로까지 이어졌어요.
복지관 프로그램은 이렇게 알아보세요
노래교실, 체조, 댄스 같은 프로그램은 노인복지관마다 종류도, 모집 시기도, 수강료도 달라요. 복지관 안내 데스크나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 안내지를 받아 보시는 게 가장 빨라요. 인기 있는 반은 금방 마감되기도 하니 모집 시기를 미리 물어 두시면 좋아요.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받고 계신 어르신이라면 담당 생활지원사나 전담 사회복지사 선생님께 먼저 말씀해 보세요. 노인맞춤돌봄서비스에는 안전 확인이나 가사 지원만 있는 게 아니라, 어르신의 사회참여를 돕는 서비스도 들어 있거든요. 서비스 내용은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신청 방법과 대상 조건에 정리해 두었어요.
마치며
얼마 뒤 따님 이야기를 전해 들었어요. 엄마가 많이 밝아졌다고, 무슨 일이 있었냐며 좋아하셨대요. 어르신의 활기 있는 모습을 보니 참 보람되고 권해드리길 잘했다는 생각에 뿌듯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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